단언컨대 처음 느끼는 그립감이다. 수많은 휴대폰을 접했지만 독특하기로는 이 녀석이 으뜸이다. 포스트잇만한 정사각형이 손에 착 감겼다. 살짝 당혹스러울 정도다. 기존에 알던 스마트폰 느낌은 전혀 아니다. 마치 화장품 콤팩트에 가까웠다.

가로축을 중심으로 접고 펴는 폴더블폰이 등장했다. 이른바 클램셸(조개껍데기) 디자인이 적용된 '갤럭시Z플립'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두 번째 폴더블폰이다. 이 제품은 접는다는 특성만 같을 뿐 모든 면에서 전작과 다르다. 폴딩방식부터 크기, 스펙 심지어 가격까지 완전히 차별화한 제품이 탄생했다.

갤럭시Z플립을 이틀간 써봤다. 확실히 느낀 게 갤럭시폴드가 '대화면'에 집중했다면, 갤럭시Z플립은 '휴대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거다.

휴대성이 좋아졌다는 건 소형화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갤럭시Z플립은 전작에 비해 확실히 작아졌다. 접으면 가로 7.36cm, 세로 8.74cm에 불과했다. 가지고 있는 갤럭시노트8의 딱 절반 수준이었다.

지나치게 얇고 길다는 갤럭시폴드의 단점이 보완된 느낌이었다. 갤럭시폴드는 접었을 때 가로 6.28 세로 16.09cm다. 화면을 두 배로 확장하는 개념이었기에 필연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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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작아지니 휴대성은 극대화됐다. 바지 앞·뒤, 정장, 추리닝 주머니에 가리지 않고 넣어봤다. 웬만한 곳은 무리 없이 들어갔다. 바깥으로 삐죽 나오던 기존 대화면 스마트폰과 달리 안정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앉고 서는 과정에서 바닥에 떨어질 염려도 없었다. 특히 여성들의 클러치나 파우치 등에도 문제없이 들어갔다.

그립감 역시 좋았다. 한손에 쏙 들어오는 게 들고 다니기 편했다. 처음엔 스마트폰이라기 보단 손거울이나 화장품 케이스를 쥔 듯 했다. 하지만 익숙해지니 한없이 편했다.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었다. 직접 만져본 여성 지인들도 한결같이 "아담해서 쥐기 편하다"는 반응이었다.



갤럭시Z플립의 가장 큰 장점은 셀피에 있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가장 유용한 기능이라 생각했다. 갤럭시Z플립에는 '프리스톱 힌지' 기술을 적용했다. 말 그대로 원하는 각도로 고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능 덕에 휴대폰을 반쯤 펼친 상태에서 셀피를 찍을 수 있다. 책상이나 테이블 등 평평한 곳에 올려두기만 하면 된다. 삼각대가 필요없을 정도다. 촬영도 쉽다. 일일이 촬영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된다. 셀피모드에서 전면 카메라를 향해 손바닥을 갖다대기만 하면 저절로 사진이 찍힌다. 손바닥 인식은 생각보다 먼거리에서도 작동했다. 실험해보니 대략 2.5m까지 인식했다.

1인 미디어들에게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 일명 '백종원 카메라'로 불리는 '오디션캠'과 같은 역할이다. 원하는 각도로 설정해 들고다니며 촬영도 하고 테이블에 세워놓고 음식을 먹는 모습도 찍을 수 있다.

초광각 카메라는 아니지만 전·후면 4K 영상 촬영이 가능해 캠 못지 않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핸즈 프리 상태로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바로 업로드할 수 있다. 브이로그, 여행 유튜버들에게 제격일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Z플립에는 또 다른 셀피 기능이 있다. 제품을 펼치지 않고 고화질 후면 카메라로 셀피를 찍는 기능이다. 전면 커버 하단 좌측에는 날짜와 시간,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1.1형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전원 버튼을 두 번 누르면 내 얼굴이 나온다. 볼륨 버튼을 누르면 촬영이 되고 손바닥을 내밀어도 된다. 하지만 화면이 너무 작아 셀피가 잘 나오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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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문제도 소폭 개선했다. 접는 특성상 폴더블폰의 주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초박막강화유리(UTG)가 적용된 갤럭시Z플립은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듯 했다.

제품을 펼치고 까만 화면일 때는 주름이 도드라져 보이지만 전원을 켠 상태에선 거의 인식되지 않을 정도였다. 플라스틱 소재 투명폴리이미드필름(CPI)을 사용한 갤럭시폴드는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는 느낌이 강했으나 갤럭시Z플립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바디 사이 틈 역시 최소화했다. 옆면에서 보면 틈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후면 커버가 밀착돼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작아진 틈에 마이크로 컷팅된 나이론 섬유를 활용한 스위퍼 기술을 적용해 이물질이나 먼지로부터 디스플레이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터리는 조금 아쉬웠다. 갤럭시Z플립의 배터리 용량은 3300mAh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모토로라 레이저 2510mAh와 비교하면 우위에 있지만, 최신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4000~5000mAh)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실제 리뷰어들 사이에서도 배터리가 소모가 너무 빠르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싼 가격도 어쩔 수 없는 단점으로 느껴졌다. 갤럭시폴드가 워낙 고가로 책정돼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165만원 역시 소비자가 선뜻 구매하기에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1억800만 화소가 탑재돼 이슈를 끌었던 갤럭시S20 울트라(159만5000원)보다도 5만원가량 비싸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가격 저항선은 다르지만 100만원을 훌쩍 넘는 스마트폰은 여전히 부담이다.

갤럭시Z플립을 이틀간 사용해보니 디자인과 휴대성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느낌이 확실히 강했다. 콤팩트한 사이즈로 휴대성을 높인데다 고급스러움까지 더해지니 '패션 아이템'으로 손색 없을 정도였다.

가격에서 잠깐 멈칫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사용자 경험, 특별한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에게 갤럭시Z플립은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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